오감을 깨우는 웰니스 여행, 북한산 안토 리조트 체험기
북한산을 바라보는 객실, 루프탑 자쿠지, 수영장과 사우나까지. 호텔 밖으로 나가지 않고 온전히 쉬는 안토 리조트의 이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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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닝 붐에서 호텔 스테이까지 롱저비티 시대
- 사우나와 수영 온전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안토 리조트
- 호텔 안에서 머무는 이틀, 온전한 휴식을 취하는 법
언젠가부터 여행의 정의가 달라졌다.
한때는 어디까지 갔는가가 중요했다. 더 멀리, 더 낯선 곳, 더 새로운 풍경. 사진 한장이 곧 여행의 증명이었고, 동선이 빽빽할수록 잘 다녀온 여행이 됐다. 그런데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풍경이 조금 바뀌었다.
"어디 갔다 왔어?"라는 질문에 도시 이름 대신 호텔 이름이 돌아오는 일이 부쩍 늘었다. 그리고 그 호텔에서 무엇을 했냐고 물으면, 의외로 답은 단순하다. "그냥 안에 있었어."
호텔 밖으로 한 걸음도 나가지 않는 여행. 한때는 비효율의 상징이었던 이 방식이, 지금은 가장 사치스러운 휴식의 형태가 됐다.
안토리조트 입구 / 이미지 출처 : 필자 촬영
지난 주말, 북한산 자락에 자리한 안토 리조트에서 이틀을 보냈다. 작년까지 신세계 파라스 파라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던 곳이 한화로 넘어오며 새 이름을 얻었다. 강북구라는 위치가 흥미로웠다.
대부분의 리조트는 도시 바깥, 적어도 두세 시간은 달려야 닿는 곳에 있다. 하지만 안토는 서울 안에 있으면서도 북한산을 정면으로 마주한다. 도시를 벗어나지 않고도 도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구조. 이 묘한 위치가 지금의 휴식 트렌드를 정확히 닮아 있다고 느꼈다.
체크인하고 객실에 짐을 풀자마자, 나는 결심했다. 이번에는 정말 아무 곳도 가지 않겠다고. 북한산 둘레길도, 근처 카페도, 강북의 어느 맛집도 검색하지 않았다. 객실이 위치한 114 동은 수영장, 사우나, 피트니스 센터, 식당이 모두 한 동에 모여 있었다. 결과적으로 내가 머무는 동안 이동한 가장 먼 거리는 수영장에서 사우나, 사우나에서 다시 객실까지였다.
안토리조트 루프탑 자쿠지 / 이미지 출처 : 필자 촬영
루프탑 자쿠지에서 시작했다. 아직 바람이 차가운 계절이라 한 그룹이 하나의 욕조를 통째로 쓸 수 있었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고 북한산을 올려다보는 동안, 평소라면 벌써 손에 들려 있었을 휴대폰이 객실에 그대로 있다는 사실을 한참 뒤에야 깨달았다.
실외 수영장은 미온수로 채워져 있어 추위가 느껴지지 않았고, 헬스장에는 디스플레이가 달린 테크노짐장비가 줄지어 있었다. 평소 같으면 30분이면 충분한 운동을 한 시간 넘게 했다. 끝나고는 사우나로 갔다. 적당한 인구 밀도, 깔끔한 시설, 그리고 가장 중요했던 한 가지-휴대폰을 들고 들어갈 수 없는 공간이라는 점.
안토리조트 맨케이브 / 이미지 출처 : 필자 촬영
남자 사우나에는 '맨케이브'라는 작은 방들이 있었다. 안마의자와 작은 TV가 놓인 1인용 공간. 한 사람당 한 칸을 쓸 수 있어, 그곳에서 나는 정말 오랜만에 '아무도 나에게 닿을 수 없는 시간'을 가졌다. 알림도, 메시지도, 회의도, 마감도, 누군가의 SNS 업데이트도 없는 시간. 이 단절감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그것을 누리고서야 알았다.
저녁은 배달을 시켰다. 식당이 충분히 좋다는 걸 알면서도 굳이 객실에서 먹기로 한 건, 그날 의 동선을 흩뜨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잠은 깊었다. 다음 날 아침 우디플레이트에서 조식을 먹으며 창밖의 북한산과 소나무를 바라봤을 때, 피부가 평소보다 좋아 보인다는 사실이 농담이 아니었다.
작년 한 해 한국은 러닝에 빠졌다. 러닝 크루가 우후죽순 생겼고, 마라톤 신청은 분 단위로 마감됐다. 사람들이 단순히 운동에 빠진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빠졌다는 게 더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웰니스와 롱저비티가 라이프스타일의 중심 키워드로 떠오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래 사는 것을 넘어, 지금 이 순간을 더 좋은 컨디션으로 살아내고 싶다는 욕망. 그 욕망이 식단을, 운동을, 수면을, 그리고 휴식의 형태까지 바꿔놓고 있다.
호텔 안에 머무는 여행이 새로운 사치가 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가 도시에서 잃는 가장 큰 자산은 시간이 아니라 주의력이다. 매일 수백 개의 알림, 수십 번의 회의, 끊임없이 갱신되는 피드. 이 환경에서 진짜 휴식이란 단지 일하지 않는 상태가 아니라, 주의력을 회수하는 시간이다.
안토에서 보낸 이틀은 그런 의미에서 충분히 길었다. 수영하고, 사우나에 들어가고, 안마의자에 앉아 멍하니 천장을 보고, 다시 자고. 단순한 동작들이 반복되면서 머릿속의 소음이 천천히 빠져나갔다.
글을 마치며
안토리조트 수영장 / 이미지 출처 : 필자 촬영
가끔 생각한다. 시간을 밀도 있게 쓰고 싶을 때가 있고, 시간을 통째로 비워두고 싶을 때가 있다.
두근거리게 만드는 목표와, 지치지 않게 해주는 휴식. 이 두 축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일 이 결국 웰니스와 롱저비티의 본질 아닐까. 좋은 음식, 좋은 공기, 좋은 잠, 좋은 사람. 그 단순한 것들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우리는 점점 더 적극적으로 사기 시작했다.
호텔 안에 머무는 시대는, 어쩌면 우리가 처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를 진지하게 사들이기 시작한 시대인지도 모른다.
다음 주 출근길, 분명 조금 더 멀쩡한 얼굴로 회의실에 들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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