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자가 누구십니까, 국립중앙박물관의 역대급 콜라보 5
연간 관람객 세계 3위에 오른 국립중앙박물관의 비결은 과감한 콜라보레이션이다. 카카오프렌즈부터 BTS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협업을 통해 전통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구성한 사례를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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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카오프렌즈: 반가사유상과 달항아리로 변신한 캐릭터 대형 풍선 및 QR 스탬프 투어 체험.
- 블랙핑크: 핑크빛 조명 연출과 멤버들의 목소리로 담아낸 세련된 유물 도슨트 프로그램.
- BTS: 성덕대왕신종 소리를 수록곡에 담아 한국적 여백의 미를 음악으로 재해석한 협업.
- KBO: WBC 국가대표 선전을 기원하는 나전칠기 및 단청 문양 활용 전통 디자인 굿즈.
- 부창제과: APEC 정상회의 기념 한정판 호두과자와 단아한 패키지로 알린 한국의 맛과 멋.
한때 박물관은 ‘조용하고 정적인 공간’으로만 인식되고는 했다. 그러나 국립중앙박물관은 이 공식을 정면으로 뒤집고 있다. 지난해 약 650만 명의 관람객을 기록하며 루브르 박물관, 바티칸 박물관에 이어 2025년 연간 관람객 세계 3위에 오른 국립중앙박물관. 이제 이곳은 더 이상 ‘지루한 관광 명소’가 아니다.
이렇게 국립중앙박물관이 다시금 주목받게 된 변화의 중심에는 과감한 콜라보레이션 전략이 있었다. 카카오프렌즈, 블랙핑크, BTS, KBO, 부창제과 등 분야를 훌쩍 넘나드는 협업을 통해 관람 경험을 확장하고,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을 오늘날의 감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최근 진행한 주요 콜라보 중 상징성과 화제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사례들을 알아보자.
국립중앙박물관 x 카카오프렌즈
관람객들이 박물관 열린마당에 설치된 반가라춘상을 찍고 있다. /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인스타그램(@nationalmuseumofkorea)
가장 익숙한 얼굴로 만나는 전통
현재 진행 중인 행사부터 살펴보자면, 카카오와 국립중앙박물관은 가정의 달을 맞아 5월 한 달 동안 ‘카카오프렌즈와 국중박 보물찾기’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카카오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십분 활용해 콘텐츠를 준비했다.
박물관 열린마당에는 카카오프렌즈 캐릭터가 국립중앙박물관 대표 소장품인 반가사유상과 백자 달항아리로 변신한 대형 풍선이 설치되어 있으며, 관람객들은 춘식이 캐릭터 안내판과 QR 스탬프 투어를 통해 디지털 보물 카드를 수집하는 참여형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노동절과 어린이날이 있어 황금연휴로 불렸던 5월 첫째 주에는 ‘반가라춘상’ SNS 인증 열풍과 굿즈 품절 행렬이 이어지며 그 인기를 입증했다.
관람객이 보물찾기 행사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이다. /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인스타그램(@nationalmuseumofkorea)
이번 행사는 귀여운 카카오프렌즈 캐릭터를 활용하여 전통 문화의 공간이었던 박물관을 시민들의 체험 공간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문화유산과 캐릭터, IP와 IP가 만나 익숙한 캐릭터에 전통 유산을 입혀 한층 더 친근하게 다가갔다는 데 의의가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x 블랙핑크
지난 2월, 국립중앙박물관이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인스타그램(@nationalmuseumofkorea)
럭셔리와 전통의 교차점
국립중앙박물관은 엔터테인먼트 업계와도 활발한 협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올해 2월 공개된 블랙핑크와의 협업은 그간 콜라보 중에서도 특히 스타일리시한 프로젝트로 주목받았는데,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와 긴밀하게 연결된 그룹의 이미지를 활용해 전통 유산을 세련된 감각으로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블랙핑크의 미니 3집 ‘DEADLINE’ 발매에 맞춰 박물관 외부 공간을 핑크빛 조명으로 물들였으며, 박물관 1층에는 블랙핑크의 신보를 감상할 수 있는 팝업 부스를 마련했다. 뿐만 아니라 지수, 제니, 로제, 리사의 목소리로 유물을 소개하는 도슨트 프로그램도 진행해 많은 K-POP 팬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평소에도 본인들의 음악과 스타일에 한국적인 요소를 적극 활용했던 블랙핑크만의 우아한 분위기와 국립중앙박물관의 절제된 미감이 만나 전통을 가장 현대적이고 세련된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국립중앙박물관 x BTS
국립중앙박물관 3층 조각공예관 사이에 있는 감각전시실 ‘공간_사이’에서 성덕대왕신종의 종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 / 출처: 국립중앙박물관
글로벌 팬덤을 통해 확장된 문화유산
국립중앙박물관은 블랙핑크와의 협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직후 또 하나의 콜라보를 발표하는데, 그건 바로 약 4년 만에 완전체로 돌아온 BTS였다. 전 세계적인 팬덤을 보유한 BTS와의 만남은 단순한 스타 마케팅을 넘어, 한국 문화유산을 글로벌 대중문화의 흐름 안으로 끌어들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전에도 BTS와 협업을 한 이력이 있지만, 이번 협업은 ‘소리’라는 무형의 방식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BTS의 정규 5집 ‘아리랑(ARIRANG)’의 수록곡 ‘No.29’에는 국보 제29호인 성덕대왕신종의 종소리가 담겼다. 이 곡은 완전체 컴백을 향한 멤버들의 강렬한 포부가 담긴 힙합곡 ‘2.0’과 서정적인 분위기의 타이틀곡 ‘SWIM’을 잇는 인털루드(Interlude) 곡으로, 앨범의 전반부와 후반부를 구분하며 분위기를 환기하고 한국적인 여백의 미를 선사했다. 전통과 현대, 박물관과 대중문화를 연결하는 새로운 문화 플랫폼이 되겠다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방향성을 보여준 것은 물론, 문화유산이 더 이상 눈으로만 감상하는 전시물이 아니라 음악과 사운드 안에서도 재해석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였다.
국립중앙박물관 x KBO
이정후, 김하성 선수가 KBO x MU:DS 굿즈를 착용한 모습이다. / 출처: KBO 인스타그램(@kbo.official)
야구가 박물관으로 향하다
가을 야구의 열기가 채 가시지 않은 작년 11월, 국립중앙박물관은 KBO와 손을 잡으며 ‘박물관 x 야구’라는 의외의 조합으로 야구팬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2026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을 앞두고 대한민국 야구 국가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며 기념 굿즈를 출시한 것이다.
11월에는 호작도(까치와 호랑이를 소재로 하는 민화) 모티프와 나전칠기 문양 등을 활용한 굿즈를 발매했으며, 올 3월에는 단청의 오방색을 바탕으로 한 화려한 색채감과 전통 연꽃 문양을 재해석한 디자인의 굿즈를 선보였다. KBO는 이전에도 수많은 브랜드와 협업해 콜라보 굿즈를 출시했지만, 기존 굿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색상 조합과 한국적인 디자인이 차별화 포인트로 작용했다.
최근 몇 년간 KBO 리그는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다시 뜨거운 인기를 얻으며 야구장이 하나의 문화 공간처럼 소비되기 시작한 만큼, 이번 프로젝트는 기존 박물관 관람층을 넘어 더 폭넓은 대중에게 다가가기 위한 시도로 읽혔다. 또 문화유산이 특정 취향의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대중문화와 스포츠를 통해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국립중앙박물관 x 부창제과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를 기념하기 위해 제작된 부창제과 x 뮷즈 에디션이다. / 출처: 부창제과 인스타그램(@boochangjegwa)
국립중앙박물관, 호두과자와 만나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사례는 협업 행사에서 빠질 수 없는 F&B 분야다. 지난 10월, 국립중앙박물관은 경주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를 기념하기 위해 부창제과와 손잡고 협업 상품을 선보였다.
2025 경주 APEC 정상회의의 공식 디저트로 선정된 부창제과의 호두과자가 국립중앙박물관과 만나 ‘APEC 2025 KOREA’ 한정판으로 재탄생했다. 가을 시즌 한정 제품인 자색 꿀고구마 호두과자 선물 세트를 선보였고, APEC 기간 동안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서 ‘부창제과 X 국중박 뮷즈 콜라보 팝업스토어’를 운영했다. 전통 공예품을 연상시키는 단아한 패키지 디자인과 국립중앙박물관의 인기 굿즈들을 함께 선보이며 한국의 맛과 멋을 동시에 알렸다.
부창제과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소장품과 전통적인 미감을 상품 디자인과 디저트에 녹여내며 소비자들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했다. 이 협업을 통해 전통문화가 전시관 안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먹고 즐기고 선물하는 일상적인 소비 경험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었다.
브랜드, K-POP, 스포츠, F&B를 넘나드는 국립중앙박물관의 협업은 매번 예상 밖의 조합으로 대중을 끌어들인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은 콘텐츠를 직접 전달하기보다, 민간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유산을 확산시키는 플랫폼으로 기능하며 전통을 일상적인 소비 경험 속으로 끌어들인다.
Credit
- WRITER 문가현
- PHOTO 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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