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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 위에 피어난 봄. 쇼파드부터 디올까지 다이얼에 봄을 품은 시계 4

봄을 영원히 간직하는 가장 우아한 방법. 꽃과 계절을 손목 위에 새긴 네 개의 시계.

프로필 by 김유진 2026.03.16
봄을 새긴 시계들
  • 쇼파드 L.U.C XP 사쿠라 바이 나이트: 밤의 벚꽃 '요자쿠라'의 정취를 기요셰와 마더오브펄로 담아낸 8피스 한정 에디션
  • 반클리프 아펠 레이디 아펠 에르 플로럴 스리지에: 12송이 꽃이 직접 시간을 알려주는 포에틱 컴플리케이션 워치
  • 그랜드 세이코 SBGH341: 눈 속에 핀 벚꽃 '사쿠라카쿠시'의 절제된 아름다움을 62GS 티타늄 케이스에 담은 38mm 하이비트 모델
  • 디올 몽트르 라 D 르 디올 뷔송 꾸뛰르: 1,088개의 원석으로 수놓은 쿠튀르 정원, 2025 GPHG 주얼리 워치상 수상작

봄은 가장 짧은 계절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순간을 손목 위에 붙잡아두려는 시도는 늘 있어왔죠. 벚꽃이 지고 나면 다시 일 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일까요. 시계 브랜드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봄을 다이얼 위에 새겨왔습니다. 단순히 핑크빛 컬러를 올리는 것과 봄이라는 계절의 감각을 정밀하게 설계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니까요. 이번에 소개할 네 개의 시계는 후자에 해당하죠. 꽃잎이 피고 지는 순간을 무브먼트로 구현하거나, 눈 위에 내려앉은 벚꽃의 질감을 다이얼 표면에 녹여내거나, 수백 시간의 세팅 작업으로 정원 하나를 손목 위에 옮겨놓기도 해요. 단순히 봄을 '표현'하는 시계가 아니라, 봄을 '담아낸' 시계들을 소개할게요.



쇼파드 - L.U.C XP 사쿠라 바이 나이트


밤에 바라보는 벚꽃을 기요셰와 마더오브펄로 담아낸 쇼파드 L.U.C XP 사쿠라 바이 나이트 / 이미지 출처 : 쇼파드

밤에 바라보는 벚꽃을 기요셰와 마더오브펄로 담아낸 쇼파드 L.U.C XP 사쿠라 바이 나이트 / 이미지 출처 : 쇼파드

옐로 골드 케이스와 짙은 네이비 다이얼 위로 화려한 벚꽃이 피어있다 / 이미지 출처 : 쇼파드

옐로 골드 케이스와 짙은 네이비 다이얼 위로 화려한 벚꽃이 피어있다 / 이미지 출처 : 쇼파드

화이트 골드 브리지 위에 금박으로 벚꽃을 새긴 칼리버 96.23-L / 이미지 출처 : 쇼파드

화이트 골드 브리지 위에 금박으로 벚꽃을 새긴 칼리버 96.23-L / 이미지 출처 : 쇼파드

벚꽃을 소재로 한 시계는 많지만, '밤의 벚꽃'을 주제로 삼은 경우는 드뭅니다. 쇼파드의 L.U.C XP 사쿠라 바이 나이트는 1774년 가부키 공연에 등장한 무대 기모노에서 영감을 받아, 밤에 벚꽃을 감상하는 일본 전통 문화 '요자쿠라'의 정취를 담아낸 모델이에요. 쇼파드 공동 회장 칼-프리드리히 쇼이펠레 부부가 일본 여행 중 이 풍경에 깊이 감동하여 탄생한 시계죠.


다이얼은 여러 공예 기법이 겹겹이 쌓인 구조입니다. 황동 다이얼 위에 기요셰 조각을 새기고, 그 위에 반투명 래커를 덮어 빛의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이는 깊이감을 만들었어요. 여기에 핑크 마더오브펄을 조각해 벚꽃 모티프를 표현했고, 18캐럿 옐로 골드로 제작한 꽃잎 조각에는 다이아몬드 세팅까지 더했습니다. 무브먼트 역시 심상치 않아요. 화이트 골드 브리지 위에 전통 '플뢰리잔느' 인그레이빙 기법으로 사쿠라 문양을 새긴 L.U.C 칼리버 96.23-L이 탑재되어 있으며, 22캐럿 골드 마이크로 로터가 두 개의 배럴을 감아 65시간의 파워 리저브를 제공하죠. 전 세계 단 8점만 존재하는 시계입니다.



반클리프 아펠 - 레이디 아펠 에르 플로럴 스리지에


60분마다 12송이의 꽃이 피고 지며 시간을 알려주는 포에틱 컴플리케이션의 정수 / 이미지 출처 : 반클리프 아펠

60분마다 12송이의 꽃이 피고 지며 시간을 알려주는 포에틱 컴플리케이션의 정수 / 이미지 출처 : 반클리프 아펠

케이스 측면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분을 확인할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 반클리프 아펠

케이스 측면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분을 확인할 수 있다 / 이미지 출처 : 반클리프 아펠

나비를 그려 넣은 무브먼트로 케이스백까지 봄으로 물들인 레이디 아펠 에르 플로랄 스리지에 / 이미지 출처 : 반클리프 아펠

나비를 그려 넣은 무브먼트로 케이스백까지 봄으로 물들인 레이디 아펠 에르 플로랄 스리지에 / 이미지 출처 : 반클리프 아펠

이 시계를 처음 보면 다이얼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잠시 고민하게 됩니다. 시침도, 분침도 보이지 않거든요. 반클리프 아펠의 레이디 아펠에르플로럴스리지에는 시간을 꽃으로 표현해요. 18세기 스웨덴 식물학자 칼 폰 린네가 고안한 '플라워클락(HorologiumFlorae)'에서 영감을 받은 이 시계는, 다이얼 위 12송이의 꽃잎이 매 정시마다 열리고 닫히며 시간을 알려줍니다. 핀 꽃의 수를 세면 몇 시인지 알 수 있는 구조죠. 분은 케이스 측면 사파이어 창을 통해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표시됩니다.


이 단순해 보이는 컴플리케이션 뒤에는 166개의 부품이 숨어 있어요. 제네바의 레 아틀리에 오를로제 반클리프 아펠 공방에서 독자 개발한 모듈 덕분에 가능한 구조입니다. 꽃이 피고 지는 방식도 단조롭지 않아요. 3가지 시퀀스가 번갈아 작동해 매일 같은 시각에도 다른 꽃들이 피어나고, 꽃이 닫힐 때는 천천히, 열릴 때는 빠르게 움직이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구현했죠. 38mm 로즈 골드 케이스와 화이트 마더오브펄 다이얼 위에는 핑크 사파이어, 옐로 다이아몬드, 화이트 다이아몬드가 어우러져 있어요. 화려한 주얼들 사이로 시침과 분침 대신 꽃이 피어나는, 반클리프 아펠만이 완성할 수 있는 시계죠.



그랜드 세이코 SBGH341


벚꽃 위에 눈이 내려앉는 풍경을 절제된 핑크 톤 다이얼로 표현한 그랜드 세이코 SBGH341 / 이미지 출처 : 그랜드 세이코

벚꽃 위에 눈이 내려앉는 풍경을 절제된 핑크 톤 다이얼로 표현한 그랜드 세이코 SBGH341 / 이미지 출처 : 그랜드 세이코

정밀하게 조각된 패턴 위에 래커 처리를 더해 완성한 핑크 다이얼이 돋보인다 / 이미지 출처 : 그랜드 세이코

정밀하게 조각된 패턴 위에 래커 처리를 더해 완성한 핑크 다이얼이 돋보인다 / 이미지 출처 : 그랜드 세이코

그랜드 세이코의 계절에 대한 해석은 언제나 절제 속에 있습니다. SBGH341의 핑크 다이얼은 화려하지 않아요. 오히려 조용하죠. 이 모델은 도호쿠 지방의 봄 풍경인 '사쿠라카쿠시', 즉 만발한 벚꽃 위에 눈이 내려앉아 꽃을 살며시 덮는 장면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시계가 만들어지는 곳이 바로 그 풍경의 무대라는 거예요. 그랜드 세이코의 기계식 시계를 제작하는 이와테현시즈쿠이시 스튜디오가 위치한 도호쿠 지역에서는 봄이 되면 실제로 이 희귀한 벚꽃과 눈의 공존을 목격할 수 있거든요. 회색빛이 감도는 절제된 핑크 톤의 다이얼은 정밀하게 패턴을 새기고 래커 처리를 더 해 완성한 것으로, 보는 각도와 조명에 따라 표면의 질감이 전혀 다르게 느껴집니다.


케이스는 62GS 디자인을 따릅니다. 둥글고 부드러운 선이 특징인 38mm 케이스는 고강도 티타늄으로 제작되어 가볍고 견고하며, 자라츠 폴리싱으로 마감한 미러 폴리시 면이 빛의 각도에 따라 다채롭게 반짝이죠. 내부에는 그랜드 세이코가 자랑하는 하이비트칼리버 9S85가 탑재되어 시간당 36,000회 진동하며, 55시간의 파워 리저브를 제공합니다.



디올 - 몽트르 라 D 르 디올 뷔송 꾸뛰르


1,088개의 원석을 세팅해 완성한 디올 몽트르 라 D 르 디올 뷔송 꾸뛰르 / 이미지 출처 : 디올

1,088개의 원석을 세팅해 완성한 디올 몽트르 라 D 르 디올 뷔송 꾸뛰르 / 이미지 출처 : 디올

다이아몬드, 핑크 사파이어, 차보라이트를 조합해 인비저블 세팅으로 완성한 뷔송 꾸뛰르의 다이얼 디테일 / 이미지 출처 : 디올

다이아몬드, 핑크 사파이어, 차보라이트를 조합해 인비저블 세팅으로 완성한 뷔송 꾸뛰르의 다이얼 디테일 / 이미지 출처 : 디올

2025 제네바 시계 그랑프리(GPHG)에서 주얼리 워치상을 수상한 이 시계는, 시간을 읽기 위한 물건이라기보다 손목 위에 피워낸 정원에 가깝습니다. 디올의 주얼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빅투아르 드 카스텔란이 2023년 선보인 하이 주얼리 컬렉션 '레 자르댕 드 라 꾸뛰르'에서 출발한 이 시계는, 쿠튀르 자수처럼 엮인 꽃다발의 이미지를 다이얼 위에 그대로 옮겨놓았어요. 다이얼, 베젤, 크라운, 케이스백까지 전면을 다이아몬드, 핑크 사파이어, 차보라이트로 채운 이 시계에는 총 1,088개의 원석이 사용되었습니다. 세팅 작업에만 150시간 이상, 제작 전 과정에 480시간이 투입됐죠.


브릴리언트, 페어, 오벌, 마르키즈 등 다양한 커팅을 조합해 꽃잎과 나뭇잎의 입체감을 살렸고, 금속이 보이지 않도록 처리한 인비저블 세팅 기법 덕분에 다이얼 전체가 하나의 보석 정원처럼 펼쳐집니다. 골드 핸즈가 원석 사이에 조용히 녹아들어 있어 꽃밭 속에 시침과 분침이 숨어 있는 셈이죠. 무슈디올이 생전에 정원과 꽃을 깊이 사랑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이 시계가 단순한 제품이 아닌 봄에 대한 오마주임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됩니다.

Credit

  • PHOTO 각 캡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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