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V60 마그마, 제네시스의 고성능 럭셔리 혁명
타보기 전엔 결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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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ENESIS GV60 MAGMA
」파워트레인 전기모터 2개, 1단 자동 최고 출력 650마력 최대 토크 80.5kg·m 가속력(0→100km/h) 3.4초 가격 미정(2026년 1월 출시 예정)
폴 리카르 서킷에 눈이 내리자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11월 말의 남프랑스에서 첫눈을 보게 될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짧은 환호성 뒤엔 긴 한숨이 이어졌다. 차의 성능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는 서킷 주행의 특성상 눈이 내리면 안정상의 이유로 주행이 취소되는 경우가 잦기 때문이다. 한국, 미국, 영국, 독일 등 전 세계에서 모인 기자들 사이에 ‘어쩌면 차를 타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퍼지기 시작했다.
“문제없습니다. 헬멧 착용하고 탑승 준비해주세요.” 귀를 의심했다. 눈이 펑펑 내리는 서킷을 고성능 차량으로 달리는 건 처음이었다. 물론 직접 운전대를 잡는 건 아니고 옆자리에 동승하는 ‘택시 드라이빙’이었다. 차에 탑승하자 드라이버는 “노 프라블럼. 아임 굿 드라이버”라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참고로 이날 택시 드라이빙에 참여한 드라이버들은 전부 내구레이스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이었다. 이윽고 서킷에 진입해도 좋다는 신호가 떨어지자 그는 가속페달을 힘껏 밟았고, 차는 팽팽하게 당긴 고무줄을 놓은 것처럼 순식간에 속도를 높였다. 출발한 지 약 10초만에 계기반 위 숫자는 200을 가리켰으며, 코너에선 시속 100km가 넘는 속도로 뒷바퀴를 미끄러뜨리며 달렸다. 마그마가 눈을 이기는 순간이었다.
GV60 마그마 이야기다. 지난 11월 20일, 프랑스 남부 마르세유 근처에 위치한 폴 리카르 서킷에서 전 세계 최초로 공개된 GV60 마그마는 제네시스가 고성능 모델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신호탄 같은 모델이다. “제네시스 모델 중 최고의 정수를 담은 마그마는 ‘슈퍼히어로’와 같은 존재입니다.” 루크 동커볼케 현대차그룹 글로벌디자인 본부장 겸 최고 크리에이티브 책임자의 말이다. 이어서 그는 “마그마는 마니아층에 특화된 서브브랜드가 아닌, 제네시스의 최고 중의 최고를 의미합니다. 차량의 균형을 지키면서 특정 요소를 정교하게 조율하고 강화했죠”라고 설명했다.
제네시스 마그마가 지향하는 건 ‘역동적인 우아함’이다. 제네시스는 이를 ‘고성능 럭셔리’라고 부른다. GV60 마그마는 슈퍼카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3.4초의 제로백, 650마력의 최고 출력, 264km/h의 최고 속도 등 강력한 운동 성능을 쏟아내면서도 프리미엄 브랜드다운 안정적인 핸들링과 승차감을 놓치지 않는다. “단단하면서도 민첩한 주행 특성이라는 상반된 두 성질을 동시에 구현하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제네시스는 우리는 쉬운 일은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두렵고 어려워 보이는 것에 도전하는 걸 즐기죠.” 송민규 제네시스사업본부장의 말이다.
강력한 성능을 위해 업그레이드한 요소 중 가장 눈에 띄는 건 리어 스포일러다. 기본형 모델 대비 약 25% 커진 리어 스포일러는 고속으로 달릴 때 약 31kg의 다운포스를 생성한다. 브레이크 디스크 사이즈를 400mm로 늘린 점도 특징이다. 제원상 GV60 마그마는 100km/h로 달리다 급제동했을 때 완전히 멈추기까지 33.8m밖에 걸리지 않는다. BMW iX M60이나 포르쉐 마칸 EV 같은 경쟁 모델의 제동거리와 비교해도 손색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는 더 크다. 폭발적인 성능을 효과적으로 받아내기 위해 차체 강성을 높였다. 용접 포인트를 기존 GV60보다 20곳 늘렸고 ‘L’자 형태의 브라켓을 뒷바퀴 상단에 각각 추가 설치해 차체 강성이 약 9.7% 증가했다. 고속으로 오랫동안 달리더라도 출력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배터리 냉각 시스템도 개선했다. 또한 마그마 전용 드라이브 모드인 ‘스프린트 모드’를 추가해 운전자가 손쉽게 차량의 최대 성능을 끄집어 낼 수 있도록 했다.
우아함을 달성하기 위한 변화도 차체 내부에 숨어 있다. 이중 접합 유리를 적용한 것은 기본이고 그 안에 쓰이는 ‘차음 필름’을 이전보다 더 두꺼운 필름으로 넣었다. 창문뿐만 아니라 문으로 새어 들어오는 소음을 틀어막기 위해 문 안쪽에 차음재도 대폭 추가했다. 이게 다가 아니다. 전기모터와 감속기어가 맞물려 동력을 전달하는 과정 중 발생하는 소음을 잡기 위해 기어의 톱니 형태까지 새롭게 가다듬었다. 덕분에 GV60 마그마에 올라 서킷을 도는 동안 내 귀에 들린 건 고성능 6기통 엔진에서 영감을 받아 구현한 마그마 전용 가상 주행 사운드와 타이어 마찰음밖에 없었다.
“모터스포츠는 엔지니어링의 진보를 상징합니다. 유럽에 전담 모터스포츠 팀과 R&D센터를 두고 긴밀히 협업하고 있죠. 이는 퍼포먼스에 대한 제네시스의 진정성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훌륭한 메시지입니다.” 마그마의 첫 모델을 프랑스에서 공개한 이유를 묻자 만프레드 하러 제네시스&성능개발담당 부사장이 내놓은 답이다. 그의 말뜻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선 약간의 배경지식이 필요하다.
제네시스는 유럽에서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GV60 마그마를 출시하는 자리에선 “2030년까지 제네시스 글로벌 판매량은 현재 대비 55% 증가한 연간 35만대에 이를 것입니다.”라고 발표했을 정도다.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전략 중 하나가 르망 24시 내구레이스 출전이다. 프랑스 ‘라 사르트 서킷’에서 단 하루만 열리는 르망 24시에는 매년 30만 명이 넘는 관중이 몰린다. 유서 깊은 모터스포츠 대회로 통하는 르망 24시에서 우승을 차지한다는 건 엔지니어링의 우수성을 유럽 소비자에게 알리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G90을 왜건 스타일로 재해석한 콘셉트카가 공개됐다. 왜건 마니아들의 가슴을 뛰게 만들기 충분한 디자인이다.
드림카 리스트에 추가해야 할 차가 한 대 더 늘었다. 마그마 GT가 양산된다면 국내 첫 2도어 미드십 스포츠카가 될 전망이다.
GV60 마그마와 함께 콘셉트카 ‘G90 윙백’과 ‘마그마 GT’를 깜짝 공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G90 윙백은 G90을 왜건 형태로 개조했는데, 전통적으로 왜건은 유럽 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한술 더 떠 마그마 GT는 엔진을 운전석 뒤에 두는 ‘미드십’ 구조의 2도어 스포츠카의 모습이다. ‘그래 봤자 콘셉트카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루크 동커볼케 사장은 양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마그마 GT를 이용해)GT3 클래스 레이스에 참가하는 걸 고려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선 일정 대수 이상의 양산차를 반드시 생산해야만 하죠.”
제네시스가 프랑스에 둥지를 틀고 르망 24시에 진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까닭, GV60 마그마가 추구하는 ‘고성능 럭셔리’의 의미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은 후에도 여전히 질문 하나가 맴돌았다. 현대 N 브랜드와 제네시스 마그마 프로그램의 차이 말이다. 지난 7월 등장한 아이오닉 6 N과 GV60 마그마는 제원표상 수치만 놓고 봤을 땐 큰 차이가 없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나는 간담회장을 떠나는 루크 동커볼케 사장을 붙잡고 질문을 던졌다. 놀랍게도 그는 마치 질문을 기다렸다는 듯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N 브랜드는 운전의 순수한 재미를 추구합니다. 날것 그대로의 즐거움에 가깝죠. 그에 비해 마그마는 ‘밸런스’가 핵심입니다. 강력한 성능과 편안한 승차감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는 상태를 지향하거든요. 이따 서킷에서 직접 경험해보면 금방 느낄 수 있을 겁니다.”
2025년은 제네시스 출범 10주년이다. 많은 사람이 제네시스의 출범을 두고 염려를 표했지만, 그들은 7년 8개월 만에 100만 대를 판매하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같은 기록을 달성하기 위해 렉서스는 9년, 테슬라는 12년 걸린 것과 비교하면 제네시스가 얼마나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만프레드 하러 부사장은 “제네시스가 10년밖에 되지 않은 젊은 브랜드로서, 브랜드 이미지에 단 하나의 공백이 있다면 그건 바로 ‘퍼포먼스’일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뒤집어 말하면, GV60 마그마의 출시는 제네시스라는 브랜드를 완성하는 마지막 조각인 셈이다.
Credit
- PHOTO 제네시스
- ART DESIGNER 김동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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