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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4일, 해운대 상공에서 관측된 ‘스타워즈 별자리’의 정체

단언컨대, 이 행사만큼 드론쇼 이벤트가 잘 어울리는 행사는 없을 것이다.

프로필 by 오성윤 2024.05.10
지난 5월 4일 스타워즈 데이에 해운대 해변 상공에 펼쳐진 드론쇼

지난 5월 4일 스타워즈 데이에 해운대 해변 상공에 펼쳐진 드론쇼



"May the Force be with you."
<스타워즈> 속 은하계의 평화를 지키는 조직인 제다이의 인삿말이다. 당신의 앞길에 ‘포스(<스타워즈> 세계관 속 일종의 에너지 장)’가 늘 함께 하기를 기원한다는 뜻인데, 이 대사가 어느새 <스타워즈> 시리즈를 상징하는 캐치프레이즈이자 전세계 스타워즈 팬들이 매해 5월 4일만을 손꼽아 기다리게 만드는 이유가 되었다. ‘May the Force’ 부분이 5월 4일(May the 4th)와 발음이 비슷한 데에 착안해 일종의 기념일인 ‘스타워즈 데이’가 된 것이다. 싱거운 말장난 같기도 하지만 그 파급력은 실로 놀라운 수준이다. 시리즈의 발원지인 미국, 기념일의 발단을 마련한 영국, 첫 대규모 행사를 열었던 캐나다는 물론 남미, 아시아, 유럽 곳곳에서 매해 이를 기념하는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재작년 스타워즈 데이에는 ‘레아 공주’ 故 캐리 피셔 배우가 헐리우드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으며, 올해는 ‘루크 스카이워커’ 마크 해밀 배우가 미국 백악관에 초청되었다.



스타워즈 데이 부스 입장을 기다리는 방문객들 해운대 백사장에 설치된 스타워즈와 애콜라이트를 표현한 샌드아트



스타워즈 데이 2024, 해운대 해변을 찾다
국내에서도 매해 5월 4일 스타워즈 데이 행사가 열리고 있다. 2015년부터 시작된 공식 행사는 올해로 꼭 10년째가 되었는데, 그 때문인지 2024년 행사는 좀 특별한 곳에서 열렸다. 그 장소는 바로 부산 해운대 해변. 현지인들과 외지인들이 대규모로 교차하는, 축제를 기대하는 관광객들과 <스타워즈> 팬덤이 자유롭게 뒤섞일 수 있는 길목에서 <스타워즈>의 다채로운 매력을 보여주는 행사가 열린 것이다. 이를 테면 해운대 이벤트 광장에서 전시 부스들을 둘러볼 수 있고, 구 해운대 역사에서 해운대 바다로 이어지는 길에서는 스타워즈 코스튬 퍼레이드가 진행되었으며, 해운대 해변의 특설무대에서는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스타워즈>의 명곡들을 연주하는 식이었다. 물론 배우 이정재가 직접 스타워즈의 새로운 시리즈인 <애콜라이트>를 소개한 스페셜 토크, 해운대 밤하늘을 <스타워즈> 명장면과 명대사로 수놓은 드론쇼도 이번 행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하이트라이트’라 할 만했다.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스타워즈 뮤직 나이트

오케스트라와 함께 한 스타워즈 뮤직 나이트




명곡, 명장면, 그리고 여전히 독창적인 세계관
1977년 조지 루카스가 선보인 스타워즈 시리즈의 첫 영화 <스타워즈 에피소드 4 – 새로운 희망>은 영화계에 크나큰 변곡점을 남긴 사건이라 할 만했다. 재미있는 건 50여년의 세월이 흐르는 동안 나온 그에서 영감을 얻은 무수한 작품과 비약적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도, 여전히 <스타워즈>만큼 사랑받는 콘텐츠를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그만큼 매력적인 세계관과 캐릭터, 이야기를 갖췄기 때문일 터. 해운대에서 열린 스타워즈 데이 2024의 콘텐츠들 역시 마니아는 물론 시리즈에 식견이 없는 사람이 보기에도 매혹적인 요소들로 그득했다. 스타워즈 시리즈 속 캐릭터들과 의상들이 전시된 부스에서부터 스타워즈 시리즈의 우주선과 별들을 레고로 구현한 부스, 특유의 아트워크와 명장면들이 프린트된 옷들을 전시한 부스, 디즈니+에서 선보이는 스타워즈 세계관의 최신작 <애콜라이트>를 소개하는 부스에 이르기까지. 해변에 세워진 <애콜라이트>를 표현한 샌드아트는 그 앞에서 사진을 촬영하려는 이로 행사 기간 내내 장사진을 이뤘으며, <스타워즈> 로고 앞에서 캐릭터 코스튬을 착용한 이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려는 줄 역시 마찬가지였다. 백미는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스타워즈>의 명곡들이었다. 정확히는 연주가 시작될 때 백사장에 모인 모든 인파의 만면에 떠오른 웃음. <스타워즈> 시리즈를 단 한 편도 본 적이 없는 사람도 그 음악만큼은 기억하게 마련이었고, ‘스타워즈 메인 테마’는 이 행사가 모두가 뒤섞여 즐길 수 있는 축제라는 것을 알려주는 최고의 포문이었다.



스타워즈 501 군단의 팬 퍼레이드 스타워즈 데이 퍼레이드의 마칭 밴드 방문객들의 사진 촬영에 응하고 있는 스타워즈 501군단 한국지부 회원들



축제에 색깔을 더해준 일등공신, 501 군단
퍼레이드 역시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행사였다. 스타워즈 코스튬을 착용한 인원들과 마칭밴드로 구성된 행렬이 시내 구 해운대 역사에서부터 해변의 해운대 이벤트 광장까지 이동했는데, 구경 인파 때문에 도착까지는 예상 시간의 곱절이 걸리기도 했다. 가장 큰 이유는 마치 영화 속 세상에 들어온 듯 착각을 일으키는 정교한 코스튬. 퍼레이드에 동원된 코스튬 인원들은 주최측에서 고용한 사람들이 아니라, 스타워즈 동호회의 일종인 ‘501 군단’이었다. 전세계에 지부를 가진 이들은 스타워즈 마니아의 대표격 입지를 차지하지만 인원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데, 모양과 소재, 액세서리 위치까지 고증에 철저한 의상을 만든 사람만 심사를 거쳐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501군단이 잘 만든 코스튬은 실제 시리즈 촬영에 쓰이는 것보다 빼어나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특유의 풍광을 자랑하는 해운대에 ‘스타워즈 세계’가 구축된 데에 그들의 존재가 큰 역할을 했음에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코스튬 전시 부스를 만들 수 있었던 것도 한국 지부 김현도 회원의 지원 덕분이었다. 501군단 한국지부의 김유미 지부장은 “사실 생각보다 짐이 많기 때문에 해운대까지 오는 게 쉽지 않았지만, 주로 서울에서만 행사를 하다가 이곳에 와보니 정말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좋아해주는구나 하고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힘들지만 다들 큰 보람을 느낀 것 같다”며 올해 행사의 소회를 전했다.



팬들과 직접 만나기 위해 해운대를 방문한 이정재 배우 이정재 배우와 스타워즈 및 신작 애콜라이트에 대해 이야기했던 스페셜 토크 무대




배우 이정재가 직접 소개하는 <애콜라이트>
최근 국내에서 <스타워즈>가 새삼스레 회자되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디즈니+에서 6월부터 공개되는 스타워즈 세계관의 새로운 시리즈 <애콜라이트> 때문이다. 배우 이정재가 해당 시리즈에서 제다이 마스터인 ‘솔’ 역할로 큰 활약을 할 것이라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스타워즈 데이를 위해 해운대를 방문한 이정재 배우는 팬들이 보내는 기대감을 직접 확인하고, <에스콰이어>와 인터뷰를 진행하며, 행사 메인 무대에서 스페셜 토크를 진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시간을 보냈다. 무대에 오른 이정재 배우는 “세계에서 가장 큰 IP(지식재산)라고 할 수 있는 <스타워즈> 시리즈에 참여하게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애콜라이트>라는 작품 및 촬영 과정과 관련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들려주기도 했다. 특히 그는 “개인적으로 <애콜라이트>가 한국의 감성에 가장 맞는 <스타워즈> 시리즈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밝혀 기대감을 한층 높이기도 했다.



스타워즈 데이의 하이라이트였던 드론쇼의 한 장면

스타워즈 데이의 하이라이트였던 드론쇼의 한 장면





해운대 밤하늘을 빛낸 또다른 ‘스타’들
이 날 행사의 대미를 장식한 것은 800대의 드론이 연출하는 드론쇼였다. 드론들은 스타워즈 테마곡에 맞춰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다스베이더, 요다, 광선검 결투, R2D2와 C-3PO 등의 형상을 만들어냈다. 특히 데스스타2가 밀레니엄 팔콘의 공격으로 파괴되는 장면이 연출되었을 때는 관중들의 함성에 잠깐 음악소리가 묻힐 정도였다. 화려한 쇼의 마지막에 등장한 것은 역시나 ‘MAY THE FORCE BE WITH YOU’라는 문구. 앞서 말했듯 그 뜻은 여러분의 건강과 행복을 기원한다는 제다이 기사의 작별 인사이지만, 동시에 <스타워즈>가 앞으로도 계속 우리의 곁에 함께 할 것이라는 약속처럼 보이기도 했다.



TALK with LEE JUNGJAE
메인 이벤트가 시작되기 전, 이정재 배우와 <에스콰이어>가 짧은 만남을 가졌다. <스타워즈> 시리즈와 곧 공개될 신작 <애콜라이트>에 대한 이정재 배우와의 일문일답.
스타워즈 신작 시리즈 애콜라이트를 직접 소개하기 위해 스타워즈 데이를 방문한 배우 이정재

스타워즈 신작 시리즈 애콜라이트를 직접 소개하기 위해 스타워즈 데이를 방문한 배우 이정재


Q. 새로 공개된 예고편을 보니 <애콜라이트> 출연 비중이 굉장히 높은 것 같다.
A. 사실 나도 처음에는 내가 그렇게 많이 나올 줄 몰랐다. 대사도 많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고. 미국에서 주력으로 활동하는 배우도 아니고, 영어로 연기를 하는 게 어려운 배우라는 걸 빤히 알 테니 으레 그럴 줄 알았던 거다. 전체 대본을 받아보고 나서야 큰일났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많이 나온다고?’ ‘이렇게 영어 대사가 많다고?’ ‘이렇게 중요한 감정신들이 많다고?’ 지금이라도 못 한다고 해야 하나 싶기도 했고.(웃음) 특히 <스타워즈>는 세계관과 용어들, 다른 시리즈들의 내용을 다 알아야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스크립트를 해석해서 읽는 것만도 쉽지 않은데 영어 대사를 위한 레슨도 받아야 되고, 거의 잠을 못 자며 촬영했다.

Q. 제다이 마스터 역할이며 액션 신이 좀 있을 것 같은데, 그쪽은 좀 수월했을까?
A. 마찬가지다. 액션 장면이 꽤 많았다. 촬영 두 달 정도 전에 먼저 런던으로 가서 스턴트 팀과 함께 훈련했고, 개인 연습도 하면서 상대역과의 호흡도 맞추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다. 라이트세이버(광선검)를 쓰는 액션의 스타일은 시리즈마다 조금씩 달라지는데, 이번 작품을 맡은 감독과 스턴트 팀은 마블 영화를 비롯해 굵직한 작업을 많이 하고 있는 이들이었다. 그들은 라이트세이버로 벌이는 싸움이라도 현란하기보다는 실제 검술 같은 액션이 나왔으면 했고, 개인적으로도 그런 지점이 마음에 들었다. 아주 현실적인 격투 장면을 볼 수 있을 것이다.

Q. 예고편으로 유추하기에는 <애콜라이트>가 누구도 ‘다크사이드 포스’라는 것의 존재를 모르던 시절, 그것의 출현을 다루는 작품이 아닐까 싶던데.
A. 맞다. 기존 시리즈 중 가장 앞선 시기인 ‘고 공화국 시대’를 다루고 있는데, 평화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제다이만을 암살하는 연쇄 암살 사건이 벌어진다. 그 사건을 쫓으며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큰 틀에서 미스터리 추리물, 수사물 같은 형식을 띤다. 요 근래 나오고 있는 <스타워즈> 시리즈들이 장르적으로 굉장히 다양해 졌다는 것을 느끼는데, <애콜라이트>는 거기에서도 한발짝 더 나아간 느낌이 있다. 일단은 레슬리 헤드랜드 감독을 작가이자 쇼러너, 연출자로 발탁했다는 것에서부터 그게 의도된 변화라는 걸 알 수 있다. 기존 <스타워즈>의 톤을 좀 더 안정적으로 이어가려고 했다면 그렇게 독특한 상상력과 스타일을 가진 사람을 기용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실제로 레슬리 감독은 굉장한 스타워즈 마니아라서, 시리즈에 대한 존경을 바탕으로 자신의 감성을 덧입힌 대본을 받았을 때 아주 혁신적이라고 느꼈다.

Q. 이정재 역시 배우이자 동시에 감독, 제작자이기도 하다. 지난번 <헌트> 개봉 당시 인터뷰를 할 때도 배우로서 일하며 얻은 해외 촬영 환경에 대한 인사이트 이야기가 인상 깊었었는데, <애콜라이트> 현장에서 루카스 필름과 일하며 얻은 새로운 영감이 있을까?
A. <스타워즈> 시리즈는 영화 역사상 가장 큰 IP라고 할 수 있을 테다. 70년대에 첫 콘텐츠가 나온 이후로 지금까지 계속 확장되고 있으니까. 새로운 시리즈가 계속 만들어지고, 게임, 완구, 테마파크 등 다른 사업 영역으로까지 진출하고 있다. 그 사실이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는데, 이번에 함께 촬영을 하면서 ‘이래서 그런 발전이 가능했구나’ 하는 걸 많이 느꼈다. 모든 노력과 에너지를 다 쏟아야만 두번째, 세번째가 있다는 걸 볼 수 있었달까. 물론 말로 하고 보면 너무 당연한 얘기고 나도 평소에도 많이 생각하는 부분이지만 더 크게 곱씹게 되는 측면이 있었다. ‘노력’ 이상의 어떤 단어가 존재한다면 아마 그들이 시리즈 한 편 한 편의 제작에 쏟는 것이 그 단어에 해당할 것 같다. 오스카와 에미상 수상자들을 비롯해 세계 최고라고 할 수 있는 스태프들, 젊고 크리에이티브한 사람들과 연륜을 자랑하는 분들을 구분 없이 적재적소에 기용했고 그들이 ‘최고의 작품을 만들겠다’는 염원 하나로 뭉치는 게 참 보기 좋았다.

Q. 오늘 스타워즈 데이 행사장을 가보니 사람들이 메시지를 많이 남겨 놓았더라. 세계적 열기에 비하면 국내에서는 <스타워즈>의 인지도가 다소 낮다는 인식에서 이정재 배우와 <애콜라이트>에 응원을 보내는 목소리가 많던데, 그에 어떤 답을 돌려주고 싶은가?
A. <스타워즈> 시리즈가 워낙 볼거리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블록버스터’라는 선입견을 주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계속 보다 보면 사실은 인간과 관계에 대해 표현하는 작품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애콜라이트> 역시 마찬가지, 관계에 대한 이야기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시리즈다. 특히나 개인적으로 한국 관객들은 캐릭터들간의 다양한 관계, 그로 인해 빚어지는 복잡한 갈등, 치밀하게 짜여진 작품들을 좋아한다고 생각하는데, <애콜라이트>가 딱 그렇다. ‘한국형 스타워즈’랄까.(웃음) 우리의 감성에 가장 가까운 시리즈라고 느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도 기대를 품고 있다.

Credit

  • EDITOR 오성윤
  • PHOTO 디즈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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