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돔 페리뇽 빈티지 2018에 담긴 수 많은 '장소'의 이야기

돔 페리뇽의 셰프 드 카브 뱅상 샤프롱이 처음부터 만든 돔 페리뇽 빈티지 2018이 출시를 기념하는 행사에 에스콰이어가 다녀왔다.

프로필 by 박세회 2026.06.26

* 경고 : 지나친 음주는 뇌졸중, 기억력 손상이나 치매를 유발합니다. 임신 중 음주는 기형아 출생 위험을 높입니다.

돔 페리뇽의 레벨라시옹 2026이 열린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의 프랭크 게리 아트리움 전경.

돔 페리뇽의 레벨라시옹 2026이 열린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의 프랭크 게리 아트리움 전경.



이곳은 생명의 정수로 스스로를 빚어낸다

영원히 붙잡을 수 없이

태양에서 오는 것일까? 대지에서 오는 것일까?

그 둘 모두에서, 아마도

바람들이 있다

어떤 구조가 신비로운 균형을 빚어낸다

지금 여기, 하나의 진짜 사건이 벌어지고 있다.


2025년의 프리-아상블라주를 만나다

지난 6월 4일, 전 세계에서 모인 수십 명의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 인근의 카레라스 무히카 갤러리에 모여 프랑스의 아티스트 클로딘 드라이가 프랑스어로 읽어주는 이 시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위에 적은 시의 제목은 ‘코트 아 브라’(Côte à Bras). 낭독이 끝난 후 우리는 피노 누아 100%로 된 스틸 와인(기포가 없는 와인) 한 잔을 받았다. 풍부한 산미와 구조감을 갖춘 그 와인은 먼 미래에 출시될 돔 페리뇽 빈티지 2025를 완성할 수많은 ‘프리-아상블라주’ 중 하나다. 이제 곧 돔 페리뇽의 셰프 드 카브 뱅상 샤프롱은 샹파뉴로 돌아가 수많은 프리-아상블라주를 지휘해 완벽한 하모니를 갖춘 돔 페리뇽 빈티지 2025의 기본이 될 베이스 와인을 만들 것이다. 우리는 그걸 ‘아상블라주’라 부른다. 아상블라주를 마셔보는 일도, 프리-아상블라주를 마셔보는 경험도 흔치 않다.

“지금 우리 돔 페리뇽이 하고 있는 일은 프랑스는 물론 전 세계 어떤 와인 메이커도 한 적이 없는 규모의 일이에요. 우리는 1,000여 개에 달하는 플롯(구획)이 가진 잠재력을 재정의하고, 각각의 개성에 따라 125개의 ‘리외디’(Lieu-dit)라는 개념으로 추려 집중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많은 ‘장소’들이 모여 하나의 시간을 이루는지를 짐작하게 해주는 뱅상 샤프롱의 말이다. 즉 우리가 마신 것처럼 하나의 의미로 묶이는 프리-아상블라주, 즉 ‘장소’가 100여 종도 더 넘는다는 의미다.

또 다른 와인이 서브됐다. 그 와인의 이름은 ‘Heart of the 2025 Assemblage’, 2025년 아상블라주의 심장이다. “이게 먼 훗날 돔 페리뇽 빈티지 2025로 진화할 퀴베의 백본이 되는 프리-아상블라주예요.” 뱅상 샤프롱이 말했다. 시트러스에 더해 핵과류의 산미가 풍부하게 느껴지는 이 블렌디드 와인은 이미 그 자체로 완벽한 밸런스를 자랑했다. 그 두 와인은 내게 마치 한 건물의 외장과 내장처럼 느껴졌으며, 돔 페리뇽의 블렌딩이 장소를 지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장소성을 드러낼 수 있다는 사실을 감각적으로 증명했다. 이 두 개의 멜로디는 블렌딩 되어 하나의 화음을 이루겠지만, 각자의 목소리로 노래할 것이다.

‘장소’는 영어로 ‘place’지만, 프랑스어로 ‘리외디’라고 하면 그 의미가 조금 다르다. 양조에 쓰이는 구획의 이름은 여럿이다. 흔히 아는 ‘파셀’은 행정적 단위에 가깝고, ‘플롯’은 품종이나 수령 등의 조건으로 묶은 영농의 실무 단위다. 한편 뱅상 샤프롱이 말하는 리외디는 토양과 미세 기후로 묶어 테루아를 주장할 수 있는, ‘땅이 의미를 가지는 최소의 단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좀 더 시적으로 얘기하자면, 리외디는 코러스에 참여하는 한 사람의 단원이다. 이 서정미가 극에 달하는 시적인 행사가 바로 돔 페리뇽의 연례행사인 ‘레벨라시옹(Révélations) 2026’의 첫 순서인 ‘프리-아상블라주 2025 : 장소’의 핵심이었다.

이날 오후부터 밤까지 이어진 행사에는 틸다 스윈튼을 비롯해 솔란지 놀스, 알렉사 청, 톰 블라이스, 프랑수아 아르노, 베네데타 포르카롤리, 밀레나 스미트, 바르바라 레니 등 배우와 뮤지션, 패션·예술계 인사들이 자리를 채웠고, 아티스트 클로딘 드라이와 돔 페리뇽 커뮤니티의 주요 인사들, 그리고 기자들이 함께했다. 행사를 주최한 뱅상 샤프롱과 글로벌 매니징 디렉터 자크 지라코는 주최 측이면서 아티스트로 참여했다.

시를 쓴 것은 클로딘 드라이만이 아니다. 그녀의 낭독을 듣는 갤러리의 뒤로는 103개의 병이 타원의 형태로 늘어서 있었고, 그 병들에는 뱅상 샤프롱과 클로딘 드라이가 함께 선택한 영어와 프랑스어로 된 시어들이 적혀 있었다. 예를 들면 ‘어루만짐’(caress), ‘영혼의 둘레’(around the soul), ‘하얀 몸짓’(white gestures) 등의 표현들이었다.

그 병들을 둘러싼 벽에는 클로딘 드라이가 뱅상 샤프롱, 자크 지라코와 함께 프리-아상블라주를 테이스팅하고 샴페인의 밭을 거닐며 시간을 보내고 영감을 받아 만든 화지(和紙, わし) 작품이 전시되어 있었고, 한쪽 벽에는 자크 지라코가 찍은 코트 아 브라의 밭 사진이 걸려 있었다. “품종과 그해의 기후를 넘어, 포도나무의 표현 안에 영속적으로 남는 것은 바로 ‘장소’입니다.” 뱅상 샤프롱의 말처럼, 전시와 대화는 테루아라는 단어만으로는 다 담기지 않는 ‘장소’를 시적으로 풀어냈다. 클로딘 드라이의 작품에 사용된 ‘화지’의 ‘화’(和) 자가 돔 페리뇽의 주제인 ‘하모니’와 같은 의미라는 점 역시 뜻깊은 우연으로 다가왔다. (물론 여기서는 일본식이라는 의미로 쓰였다.)

이날 뱅상 샤프롱이 아상블라주부터 온전히 완성한 첫 샴페인, 돔 페리뇽 빈티지 2018이 공개됐다.

이날 뱅상 샤프롱이 아상블라주부터 온전히 완성한 첫 샴페인, 돔 페리뇽 빈티지 2018이 공개됐다.

게스트들에게 이날의 레벨라시옹에 대해 이야기하는 뱅상 샤프롱.

게스트들에게 이날의 레벨라시옹에 대해 이야기하는 뱅상 샤프롱.



돔 페리뇽 빈티지 2018의 역사적 공개

‘레벨라시옹(Révélations) 2026’의 두 번째 순서이자 전체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돔 페리뇽 빈티지 2018의 첫 공개였다. 우리는 갤러리에서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빌바오의 상징, 구겐하임 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곳에서 우리는 에페르네의 아름다운 포도밭들과 17세기 베네딕토회의 수도사 돔 피에르 페리뇽이 잠들어 있는 오빌레 마을의 풍경이 영상으로 펼쳐지는 작은 갤러리로 초대받았고, 돔 페리뇽 빈티지 2018을 테이스팅했다.

고백해야겠다. 2019년 뱅상 샤프롱을 처음으로 인터뷰한 이후 나는 이날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이 샴페인은 단순한 새 빈티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28년간 돔 페리뇽을 이끈 전대 셰프 드 카브 리샤르 조프루아는 2017년의 아상블라주를 마지막으로 은퇴했다. 즉 돔 페리뇽 빈티지 2018은 그의 제자이자 동료였던 뱅상 샤프롱이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지휘한 첫 빈티지라는 의미다. 15세기부터 와인업에 종사하던 ‘포도 수저’ 가문에서 태어나 생테밀리옹, 소테른 등에서의 양조 경험을 바탕으로 2005년 메종에 합류한 그는, 와인 양조를 지적인 동시에 예술적인 작업으로 보며 블렌딩의 분석과 과학만큼이나 조화와 미적 이상을 중요하게 여긴다. 2019년부터 꽤 오랜 시간 1년에 한두 차례씩 만나 대화를 나누며 지켜본 바에 의하면, 그는 매우 과학적이며 동시에 시적이다. 그러니 온전한 그의 결과물을 만나는 일은 무척이나 설레는 사건이었다.

그리고 그의 와인은 그의 품성을 닮았다. 시트러스의 화사한 생기도 느껴지지만, 열대 과실과 잘 익은 과육의 광채가 강조되어 있으며, 핵과류의 달콤한 향과 커피, 코코넛, 파파야의 따뜻하고 포용적인 인상이 이 빈티지의 본질을 정확히 드러낸다. 강건하지만 풍요롭고, 감싸 안는 듯한 균형이 내가 느낀 돔 페리뇽 빈티지 2018의 캐릭터다. 이는 직전에 공개된 돔 페리뇽 빈티지 2017과 극적인 대비를 이룬다. 2017년은 ‘모든 팀이 리샤르 조프루아의 마지막을 기리기 위해 막판까지 힘을 모아 가까스로 빈티지를 완성했다’고 할 만큼 작황이 힘든 해였다. 그 결과 날카롭고 생기 넘치는 산도, 고딕 건축처럼 강건하고 수직적인 돔 페리뇽이 탄생했다. 내게는 마치 한 시대의 비장한 마침표와 새 시대의 너그러운 첫 문장이 겹치는 듯한 인상이다.

이날 돔 페리뇽 빈티지 2018의 공개 직후, 아카데미 수상 배우 틸다 스윈튼이 큐레이터이자 패션 역사가인 올리비에 사이야르와 공동 창작한 퍼포먼스 ‘하우스 오브 제스처(House of Gestures)’를 펼친 것 역시 하나의 사건이었다. 구겐하임 빌바오의 메인 로비와도 같은 ‘프랭크 게리 아트리움’에서 펼쳐진 공연에서, 틸다 스윈튼은 약 35분간 침묵으로 관중을 압도했다. 맨발로 무대 위에 선 그녀는 어시스턴트와 올리비에 사이야르가 번갈아 건네는 무명천 의상을 차례로 갈아입으며 각각의 옷에 고유한 몸짓으로 응답했다. 대사도 음성도 없이, 오직 몸과 그 몸으로 옷을 입는 동작만으로 텅 빈 무대 위에서 우리가 이야기를 상상하도록 이끌었다. 의상은 종내 서사로 이어지는가 싶다가 파편화되어 시가 되고, 결국 몸짓으로 남았다.

스윈튼의 퍼포먼스를 관람한 뒤 우리는 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전시를 둘러 보며, ‘돔 페리뇽 빈티지 2008 플레니튜드 2’를 음미했다. 그 사이 프랭크 게리 아트리움에서는 뱅상 샤프롱과,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 아스루멘디(Azurmendi)의 셰프 에네코 아차(Eneko Atxa), 그리고 네루아 구겐하임 빌바오(Nerua Guggenheim Bilbao)의 셰프 호세안 알리하(Josean Alija)가 함께 준비한 디너가 서브됐다.

돔 페리뇽 빈티지 2018의 솔로 테이스팅에 이어진 틸다 스윈튼의 퍼포먼스 <하우스 오브 제스처>(House of Gestures)의 한 장면.

돔 페리뇽 빈티지 2018의 솔로 테이스팅에 이어진 틸다 스윈튼의 퍼포먼스 <하우스 오브 제스처>(House of Gestures)의 한 장면.

왼쪽부터 돔 페리뇽의 셰프 드 카브 뱅상 샤프롱, 아티스트 클로딘 드라이, 글로벌 매니징 디렉터 자크 지라코.

왼쪽부터 돔 페리뇽의 셰프 드 카브 뱅상 샤프롱, 아티스트 클로딘 드라이, 글로벌 매니징 디렉터 자크 지라코.




Conversation with Vincent Chaperon

어제 처음으로 돔 페리뇽 빈티지 2018을 테이스팅하고 놀란 점이 두 가지였어요. 하나는 돔 페리뇽 빈티지 2017과 확연히 다르다는 것, 또 하나는 돔 페리뇽 빈티지 2008 플레니튜드 2와 프로파일이 무척 닮았다는 점이었습니다.

바로 그 첫 번째 지점이 이 와인의 묘미입니다. 저는 출시를 준비하며 2년 동안 이 둘을 나란히 놓고 선보이는 방안을 고민해 왔어요. 돔 페리뇽의 ‘창조’를 설명하는 데, 정말 다른 두 해의 산물을 나란히 보여주는 것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으니까요. 둘 다 다른 샴페인과 비교하면 더없이 ‘돔 페리뇽다운’ 빈티지들이지만, 동시에 말씀하신 대로 서로 매우 다르죠. 그러니 이것은 일종의 ‘시연’입니다. 돔 페리뇽 빈티지 2017은 대비(對比)로 빚어진 와인이에요. 극단적이고 농축되어 있으며 강렬한 미네랄리티를 지녔습니다. 반면 돔 페리뇽 2018은 블렌딩의 정수죠. 포용적이고, 통합적이며, 조화롭습니다. 두 번째 지점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습니다. 지난 10년간 많은 분들이 비슷한 질문을 하셨어요. 빈티지를 출시할 때마다 ‘돔 페리뇽 플레니튜드 2’의 캐릭터가 보인다는 얘기들을 해왔죠. 여기서 말하는 ‘돔 페리뇽 플레니튜드 2’의 성격이 무엇일까요? 돔 페리뇽 플레니튜드 2는 더 깊고, 더 강하고, 더 긴 여운을 가리킵니다. 생각해보면, 시간이 흐를수록 기후가 변하면서 우리가 수확하는 포도의 농축도는 점점 높아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재배와 양조의 경계를 계속 밀어붙이고 있고요. 기후 변화와, 이에 조응하며 더 나아지려는 우리의 의지가 만들어낸 조합 덕에 와인에 점점 더 많은 것을 담아낼 수 있었던 거죠. 지금 이 와인이 먼 훗날 돔 페리뇽 플레니튜드 2로 돌아올 때는 아마 지금 우리가 마시는 P2보다 한층 더 높은 경지에 올라 있을 겁니다. 특히 2008은 매우 ‘클래식’했습니다. 클래식이라 함은 과거를 환기시키는, 매우 신선하고 군더더기 없이 정밀한 빈티지라는 뜻입니다. 우리는 돔 페리뇽에서 늘 농담처럼 말합니다. ‘새로운 클래식’이 있다고, 클래식은 늘 새로 발명되는 것이라고요. 오늘의 클래식은 돔 페리뇽 빈티지 2018에 가깝고, 어제의 클래식은 2008에 가까웠습니다. 둘이 닮아 있다는 게 어느 정도 설명이 되지요.

예전에 한 해외 매체 인터뷰에서 “블렌딩에도 장소의 감각이 있다”고 말했어요. 그 말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맞아요, 제가 그런 말을 했지요. 제 말의 요지는 블렌딩이 장소의 감각을 지우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오히려 블렌딩은 장소의 감각을 끌어올립니다. ‘섞는 것(mixing)’과 ‘블렌딩’의 차이가 여기 있어요. 섞으면 재료를 알아볼 수 없어요. 하나로 융합돼 버립니다. 블렌딩은 정반대입니다. 각 요소의 정체성을 존중하면서 함께 모으는 것이죠. 점묘화(pointillism)와 같습니다. 점 하나하나가 보이고 알아볼 수 있지만, 그것들이 모여 하나의 전체 이미지를 이룹니다. 또 하나의 이미지는 오케스트라예요. 연주자 각자가 제대로 연주하면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들리는데, 그 모두가 합쳐져 감정의 차원에서 더 높은 무언가를 만들어냅니다. 블렌딩이 정확히 그렇게 작동합니다. 다만 우리는 해마다 이 지향을 더 멀리 밀고 나갑니다. 포도나무를 재배하는 방식부터 한 그루 한 그루를 수확하는 방식까지, 우리는 끊임없이 각 요소의 개성을 존중하고 북돋우려 합니다. 그걸 더 잘해낼수록, 마지막에 함께 블렌딩했을 때 모든 요소가 제각각 들리거든요. 조금 철학적인 이야기지만, 결국 ‘공동의 것’을 창조하기 위해선 ‘개체’를 믿어야 합니다. 솔직히 우리는 아직 각 구획에 충분히 경의를 표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각 구획의 영혼, 그 깊은 개성을 이해하려면 시간과 노동과 에너지가 필요하니까요. 샴페인은 이런 양조 방식에서 출발하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샴페인에는 포도를 공급만 하는 사람들이 많고, 재배자(비뉴롱, vigneron)와 양조자(비니피카퇴르, vinificateur)가 분리된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네고시앙 마니퓔랑과, 소규모 재배자인 레콜탕 마니퓔랑으로 나뉘어 있고요. 우리는 직접 포도밭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특수한 위치에 있고, 그래서 그 둘을 다시 화해시키고자 합니다. 그게 더 낫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이제 점점 양조장보다 포도밭에서 내리는 결정이 더 중요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흥미로운 지점입니다. 샴페인은 지난 40년간 엄청난 양조 기술의 발전을 이뤄왔습니다. 큰 회사들이 양조학에 투자한 자원과 그 회사들의 규모 덕분이죠. 1960~90년대에 특히 그런 발전이 이뤄졌습니다. 그러나 제가 들어온 20년 전부터는, 말씀하신 대로 무게중심이 점차 포도 재배(비티컬처) 쪽으로 옮겨갔습니다. 그 재배는 최종 목표인 와인과 연속선상에 있는 재배예요. 포도를 생산하기 위한 재배가 아니라, 미래의 와인을 염두에 둔 재배인 거죠. 여기에 큰 도전들이 밀려왔습니다. 특히 지구온난화, 그리고 화학물질 사용의 중단 등이 그것입니다. 도전의 이유는 두 갈래예요. 하나는 품질·스타일·지향, 다른 하나는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제약입니다. 지금도 양조 연구는 계속되고 있지만, 우리가 진짜 집중해야 하는 것은 포도밭에서의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돔 페리뇽 빈티지 2018의 발표를 저는 ‘리데뷔’ 같다고 느꼈습니다. 어제의 그 순간을 어떻게 표현하겠어요?

8년 전 리샤르가 떠났을 때, 우리는 늘 ‘끝이 곧 시작’이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돔 페리뇽에서는 항상 ‘사이클’을 이야기하는데, 우리가 좋아하는 형태가 바로 나선(spiral)이기 때문이죠. 삶은 하나의 사이클이고 나선이니까요. 공간과 시간이죠. 그러니 ‘뉴 비기닝’ 혹은 ‘뉴 사이클’이라고 표현하면 좋을 것 같아요. 다만 그것은 이전과 단절된 새 사이클이 아니라, 나선처럼 앞선 것과 연속선상에 있는 새 사이클이에요. 사실 우리가 하는 일에는 사이클이 아주 많습니다. 매년이 하나의 사이클이고, 새해는 늘 다시 시작이니까요. 세대의 사이클로 봐도 그렇습니다. 저는 8대째이고 이것이 제 첫 빈티지이니, 우리는 새 사이클로 들어서는 셈이죠. 어제 제가 꿈꿨던 바는, 이 순간의 모멘텀이 가진 힘을 빌려서 제가 이곳에서 일해온 이후 그려왔던 모든 것을 응축해 여러분이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었습니다. 2005년부터, 그러니까 20년간 제가 그려왔던 것들을요. 그러나 동시에 우리가 앞으로 마실 돔 페리뇽들은 제가 리샤르와, 그리고 제 팀과, 이후에는 리샤르 없이 점진적으로 밀어붙여 온 모든 것의 통합이자 결실입니다. 그러니 이것은 끊김이 없는 전환(transition)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아티스트 클로딘 드라이, 배우 틸다 스윈튼과 당신, 그리고 매니징 디렉터인 자크 지라코는 마치 소울메이트처럼 보였어요. 영적인 차원에서 아주 깊이 연결된 듯했습니다. 그 시적인 순간을 묘사해 주실 수 있을까요?

정말 감사한 질문입니다. 바로 그것에 관한 이야기거든요. 우리는 아티스트에게 단순히 “우리에게 와 달라”고 청하지 않습니다. 핵심은 ‘만남(encounter)’이에요. 클로딘과, 또 틸다와 잘 통하는 이유는 진정한 만남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만난 그 순간 아주 곧바로 우리는 서로를 깊이 이해했어요. 그렇지 않았다면 함께 협업하지도 않았을 겁니다. 지금, 그리고 앞으로 자크를 비롯한 팀 돔 페리뇽과 함께 우리가 찾는 것은, 진정으로 깊이 만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 걷는 일입니다. 말씀하신 ‘영혼(soul)’, 정확히 그것입니다. 삶에는 사람과 사람의 영혼 사이의 연결이 있고, 클로딘, 틸다와 우리 사이에 일어난 일이 바로 그것입니다. 우리는 영혼으로서 아주 깊이 연결되어 있고, 그 연결이 (창조의) 결실을 예고하지요. 다시 말해, 창조는 이런 만남에서 비롯됩니다. 묘사하기 어려운 건, 그것이 내면의 움직임이기 때문이에요. 틸다나 클로딘과의 이 만남이 창조의 움직임을 북돋운다는 걸 우리는 느끼고 깊이 압니다. 그러니 삶이 허락한다면, 분명 또 다른 공동 창작이 이어질 겁니다.

Credit

  • EDITOR 박세회
  • PHOTO Harold de Puymorin 돔 페리뇽
  • ART DESIGNER 주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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