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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클리프 아펠부터 HYT, 프랭크 뮬러까지. 독특한 방식으로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 4

핸즈로 인덱스를 가리키는 뻔한 관습에서 벗어나, 저마다의 독창적인 메커니즘으로 시간의 흐름을 그려내는 4개의 시계를 소개할게요.

프로필 by 이하민 2026.05.11
시간을 읽는 네 가지 색다른 방법
  • HYT 코니컬 투르비용: 유리 모세관 속 두 액체의 경계면이 흐르듯 시간을 그려내는 유체 시계.
  • 반클리프 아펠 레이디 아펠 퐁 데 자모르: 다리 위에서 만나고 헤어지는 두 연인이 시와 분을 알려주는 동화 같은 시계.
  • 율리스 나르당 슈퍼 프릭: 회전하는 무브먼트 자체로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
  • 프랭크 뮬러 크레이지 아워: 무작위로 흩어진 숫자 위를 시침이 도약하며 시간을 맞추는 특별한 점핑 아워 시계.

시계의 본질은 시간을 알려주는 것이지만, 정작 그 방식만큼은 수백 년간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다이얼 위에 인덱스를 두고, 두 개의 핸즈가 그 위를 회전하며 시와 분을 가리키는 구조죠. 그런데 일부 워치메이커들은 이 전형적인 틀을 비트는 시계를 꾸준히 선보여 왔습니다. 액체의 흐름으로, 다리 위 연인의 발걸음으로, 회전하는 무브먼트 자체로, 다이얼 위를 도약하는 핸즈로 시간을 표현해 온 것이죠. 이런 시계들은 시간을 확인하는 데 약간의 시간이 더 걸립니다. 한 번 더 들여다보고, 한 번 더 생각해야 정확한 시각을 알 수 있죠. 그런데 바로 그 짧은 멈춤이야말로 이 시계들이 선사하는 가장 큰 매력입니다. 시간을 단순히 확인하는 도구가 아니라, 시간을 음미하게 만드는 시계인 셈이죠.



HYT - 코니컬 투르비용


6시 방향 두 개의 벨로우즈가 다이얼 외곽 모세관 속 두 액체를 밀어내며 시간을 표시하는 HYT 코니컬 투르비용 / 이미지 출처: HYT

6시 방향 두 개의 벨로우즈가 다이얼 외곽 모세관 속 두 액체를 밀어내며 시간을 표시하는 HYT 코니컬 투르비용 / 이미지 출처: HYT

30초마다 한 바퀴 회전하는 코니컬 투르비용과 다이얼 위를 흐르는 형광 액체가 만들어내는 입체적 풍경 / 이미지 출처: HYT

30초마다 한 바퀴 회전하는 코니컬 투르비용과 다이얼 위를 흐르는 형광 액체가 만들어내는 입체적 풍경 / 이미지 출처: HYT

HYT는 기계식 시계에 액체를 끌어들인 이색적인 워치메이커입니다. 코니컬 투르비용은 현재 HYT의 기술력을 증명하는 가장 진보한 형태의 타임피스라 할 수 있죠. 작동 방식은 이렇습니다. 다이얼 테두리를 감싼 유리 모세관 안에는 성질이 다른 두 액체가 들어있고, 내부의 벨로우즈가 이를 정밀하게 밀어내며 경계선을 만듭니다. 이 선이 가리키는 위치가 곧 현재 시간을 나타내죠. 액체에만 시선이 머무는 것은 아닙니다. 다이얼 한가운데 자리한 원추형(Conical) 투르비용은 30초마다 한 바퀴씩 돌아가며 볼거리를 제공하거든요. 유려한 액체의 흐름으로 시간을 표현하는 동시에, 정통 워치메이킹의 복잡한 메커니즘을 전면에 드러낸 코니컬 투르비용은 다른 시계에서는 경험하기 힘든 독특한 경험을 선사하죠.



반클리프 아펠 - 레이디 아펠 퐁 데 자모르


다리 위에서 마주한 두 연인이 시와 분을 가리키는 반클리프 아펠 레이디 아펠 퐁 데 자모르 / 이미지 출처: 반클리프 아펠

다리 위에서 마주한 두 연인이 시와 분을 가리키는 반클리프 아펠 레이디 아펠 퐁 데 자모르 / 이미지 출처: 반클리프 아펠

케이스백에 새긴 또 한 편의 이야기. 사파이어 크리스탈 너머로 보이는 플래티넘 로터 위에는 에나멜 스탬핑으로 재회한 두 연인의 모습이 담겨있다 / 이미지 출처: 반클리프 아펠

케이스백에 새긴 또 한 편의 이야기. 사파이어 크리스탈 너머로 보이는 플래티넘 로터 위에는 에나멜 스탬핑으로 재회한 두 연인의 모습이 담겨있다 / 이미지 출처: 반클리프 아펠

반클리프 아펠의 레이디 아펠 퐁 데 자모르는 시계라기보다 손목 위에서 펼쳐지는 한 편의 동화에 가깝습니다. 그리자유 에나멜로 완성한 다이얼 위에는 골드 소재의 다리가 놓여 있고, 그 양 끝에 자리한 한 여성과 한 남성이 각각 시와 분을 가리키는 핸즈 역할을 하죠. 이 두 연인은 매시간 다리 위를 천천히 걸어가며 시간을 표시하는 더블 레트로그레이드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가장 극적인 순간은 정오와 자정에 찾아옵니다. 두 연인이 다리 한가운데에서 만나 약 3분간 입맞춤을 나누고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는 것이죠. 하루에 두 번뿐인 이 만남을 더 자주 보고 싶다면 8시 방향의 물방울 모양 푸셔를 누르면 됩니다. 두 연인을 언제든 재회시킬 수 있는 온-디맨드 애니메이션 기능까지 갖췄으니까요. 케이스는 지름 38mm,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화이트 골드 또는 로즈 골드로 제작되며, 내부에는 무브먼트 전문 제조사 발플러리에의 베이스 위에 아장호가 개발한 더블 레트로그레이드 모듈을 얹은 셀프와인딩 무브먼트를 탑재했습니다.



율리스 나르당 - 슈퍼 프릭


다이얼 없이 무브먼트 자체로 시간을 표시하는 율리스 나르당 슈퍼 프릭의 입체적 구조 / 이미지 출처: 율리스 나르당

다이얼 없이 무브먼트 자체로 시간을 표시하는 율리스 나르당 슈퍼 프릭의 입체적 구조 / 이미지 출처: 율리스 나르당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두 개의 플라잉 투르비용을 디퍼렌셜 기어로 맞물린 카루셀 구조 / 이미지 출처: 율리스 나르당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두 개의 플라잉 투르비용을 디퍼렌셜 기어로 맞물린 카루셀 구조 / 이미지 출처: 율리스 나르당

2001년 첫 등장 당시 다이얼과 핸즈, 크라운이 없는 파격적인 구조로 시계 시장에 충격을 안겼던 율리스 나르당의 '프릭'이 올해로 25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이를 기념해 선보인 슈퍼 프릭은 핸즈 대신 무브먼트 자체가 회전하며 시간을 알려주는 프릭만의 고유한 방식을 한 차원 끌어올렸죠. '플라잉 카루셀'이라 불리는 이 시스템은 무브먼트 하단이 시를, 상단의 기어 트레인이 분을 표시하며 한 시간에 한 바퀴를 직접 회전합니다. 특히 율리스 나르당의 전매특허인 실리콘 소재의 '그라인더(Grinder)' 와인딩 시스템을 탑재해 효율성을 극대화했는데요. 별도의 크라운 없이 케이스 베젤을 돌려 시간을 맞추고 백케이스를 통해 동력을 저장하는 방식 또한 프릭만의 특징입니다. 시계의 심장인 무브먼트를 핸즈로 활용하는 대담한 구조, 전통적인 워치메이킹의 전형을 탈피한 율리스 나르당의 프릭은 25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참신하게 느껴지네요.



프랭크 뮬러 - 크레이지 아워


무작위로 흩어진 숫자 위를 시침이 다섯 칸씩 점프하며 시간을 맞춰가는 크레이지 아워 / 이미지 출처: 프랭크 뮬러

무작위로 흩어진 숫자 위를 시침이 다섯 칸씩 점프하며 시간을 맞춰가는 크레이지 아워 / 이미지 출처: 프랭크 뮬러

프랭크 뮬러의 크레이지 아워는 '시간은 반드시 순차적으로 흘러야 하는가?'라는 철학적인 질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크레이지 아워의 다이얼을 처음 마주한 사람은 반드시 한 번은 멈칫하게 되는데요. 순서대로 배치되어야 할 숫자 12개가 무작위로 섞여 있기 때문이죠.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1·4·7·10이라는 네 숫자는 정확히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이 네 개의 좌표를 기준으로, 나머지 숫자들이 시계 방향으로 다섯 칸씩 건너뛴 자리에 놓여 있는 구조로, 점핑 아워 메커니즘이 이 무질서를 다시 질서로 되돌립니다. 분침이 60분의 회전을 마치는 순간, 시침은 다이얼 위를 다섯 칸 점프해 다음 정확한 숫자로 옮겨갑니다. 1에서 2로, 2에서 3으로, 시침은 매시간 다이얼 위를 도약하며 모든 숫자를 정확하게 가리키게 되는 것이죠. 분침은 일반적인 시계처럼 정상적으로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기에, 시간을 읽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무질서해 보이는 다이얼 이면에 정교한 규칙을 숨겨둔 이 메커니즘은 고정관념을 비튼 프랭크 뮬러 특유의 유쾌한 워치메이킹을 잘 보여주죠.


Credit

  • EDITOR 손형명
  • PHOTO 각 캡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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