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이 달의 주목할 신간, 현대 사회 초자극의 힘, 현실 비극에서 스스로를 구한 심리학, 건축물을 바라보는 건축 사진 거장의 시선

'중독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 '인생을 탓하기 전에 심리학을 공부했다', '풍경으로의 건축'

프로필 by 오성윤 2026.05.08

중독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


니클라스 브렌보르 / 위즈덤하우스

'중독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 니클라스 브렌보르 / 위즈덤하우스

'중독을 통제할 수 있다는 착각' 니클라스 브렌보르 / 위즈덤하우스


신문에서 흥미로운 상담 내용을 본 적이 있다. 한 어머니가 아들이 게임을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며, ‘할 만큼 하면 질리겠지’ 싶어 참고 있다는 고민을 토로했고, 상담사는 그에 이렇게 답했다. “그건 어머니가 요즘의 게임을 모르셔서 할 수 있는 생각입니다. 요즘 게임은 질리지 않습니다. 할수록 계속 하고 싶어지도록 고도의 설계가 되어 있습니다.” 이 책에서 지칭하는 ‘중독’이 바로 그런 것들이다. 도박이나 약물 같은 특수한 매체가 일으키는 것뿐 아니라, 초가공식품, 포르노, 데이팅앱, 숏폼에 이르기까지 알게 모르게 일상 속에서 스스로를 갉아먹는 ‘초자극’들. (책의 원제는 ’Super Stimulated’다.) 덴마크 최고의 과학 커뮤니케이터인 니클라스 브렌보르는 이 현상들을 진화의 속도를 앞지른 환경과 생물학적 매커니즘의 관점에서 재해석한다. 당신이 자꾸 쇼츠를 보고 끊임없이 음식을 먹는 건 의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현대산업의 초자극이 인간의 통제를 초월하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는 이러한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는 것이 바로 주도권을 회복하는 가장 현실적인 첫 단계라고 말한다.





인생을 탓하기 전에 심리학을 공부했다


이현주 / 어떤책

'인생을 탓하기 전에 심리학을 공부했다' 이현주 / 어떤책

'인생을 탓하기 전에 심리학을 공부했다' 이현주 / 어떤책


심리학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형태의 에세이가 출간되는 이유는 그런 책들이 가진 고유의 효용이 있기 때문일 테다. 무작정 우리를 위로하겠다고 달려드는 책보다, 우리 내면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체계화하고 알려주는 책이 주는 더 깊은 위안이 있기 때문에. 하지만 그런 이론들마저 공허하게 들릴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어떤 정교한 이론도 일반화로 느껴질 만큼 압도적인 비극에 직면했을 때는? ‘인생을 탓하기 전에 심리학을 공부했다’의 저자 이현주는 교육심리학자다. 국내외에서 심리학과 교육학 관련 학위를 쌓은 후 명지대학교 인문교양학부의 교수가 되었으며, 그리고 임용 첫 해에 암 진단을 받았다. 삶의 성취와 절정이 시작되려는 찰나 날벼락이 떨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 책 역시 진단을 받는 그 시점에서 출발한다. 그녀 역시 청천벽력 같은 비극 앞에 혼란스러워 한다. 하지만 이내, 평생 배워온 심리학의 이론들을 마음 속에서 건져 올리기 시작한다. 그것들을 다시 한번 곱씹고 마음을 재건해 나간다. 담담하게 풀어놓은 회고는 ‘극복 수기’처럼 공감과 용기를 주고, 실제 경험들 사이로 부드럽게 전하는 심리학 이론들은 전에 없는 전달력과 설득력을 갖는다.





풍경으로의 건축


김용관 / 마음산책

'풍경으로의 건축' 김용관 / 마음산책

'풍경으로의 건축' 김용관 / 마음산책


건축 사진은 제약이 많은 사진 분과다. 인물 사진처럼 매무새를 고치거나 조명을 바꾸기도 어렵고, 풍경 사진처럼 주안점이 되는 요소를 자유로이 바꿔볼 수도 없다. 주어진 환경 내에서 해당 건축물을 잘 보여줄 수 있는 최선의 구도를 택해야 하기에, 알고 지낸 어느 건축 사진가는 이렇게 말하기도 했었다. “건축 사진은 사실 내가 찍든 저 사람이 찍든 80%는 비슷할 거라고 생각해요. 사진의 기본을 잘 배운 사람이 이 건물 앞에 서면 십중팔구는 비슷한 선택을 할 거라는 거죠.” 하물며 사진 안에서 뭔가를 지우거나 만들어낼 수도 있게 된 요즘같은 시대에야. 하지만 김용관 작가에게 듣는 건축 사진은 늘 좀 다른 분야 같았다. 그는 건물을 처음 마주할 때는 늘 카메라 없이 느긋하게 둘러보며 ‘친해지는 시간’을 가진다고 했고, 후보정으로 어두운 부분을 억지로 밝히는 대신 집요하리만치 ‘온전한 순간’을 기다린다고 했다. 그 차이는 건축과 건축 사진을 대하는 김용관 작가의 태도에서 왔을 테다. “건축사진은 건축물을 기록하는 일이 아니라, 그 건축물을 만들어낸 사람의 시간과 의지를 기록하는 일이다.” ‘풍경으로의 건축’은 김용관의 건축 사진이 어떻게 다르고, 왜 다른지에 대해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다. 지난 36년간의 기록을 바탕으로 건축과 건축 사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깊은 인사이트를 제공하며, 한 남자가 무작정 들어선 분야에서 거장이 되기까지 마음에 품었던 신념과 선택들을 반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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